강*은(성인 참가자)

6년 전 동작구 아무거나프로젝트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줄게’라는 팀명으로 아이들과 함께 숲탐방을 하면서, 나무의 이름을 알고 그 옆에 표지판을 세우는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이것도 나무, 저것도 나무가 아닌 이건 자작나무, 꽝꽝나무, 생강나무, 산딸나무 등등 나무의 특징과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휴먼 라이브러리 사람책:식물이 좋아지는 식물 이야기의 김진옥 박사님편을 더 기대하며 신청하였다.

평소에는 그냥 작은 들꽃이 폈네 라고 스쳐 지나간 식물들이 냉이꽃이었고, 염주괴불주머니꽃이었고, 씀바귀꽃이었다. 십자화과 식물을 구별하고 알아내는 방법이며, 질경이가 번식을 위해 물이 닿으면 끈적거리게 만들어 사람의 발이나 동물의 발에 묻혀 더 멀리 씨앗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들었을 때는 놀라웠다. 우리는 안산둘레길 입구까지 걸어가는 과정에서 별꽃, 봄망초,씀바귀, 금낭화, 할미꽃, 하늘매발톱, 자주달개비, 노랑꽃창포, 찔레꽃, 장미 등등 많은 식물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것들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귀 쫑긋 세워 들으면서 감탄만 했다. 알게 되니 다른 꽃들의 번식 방법과 식물의 구조 등이 더 궁금해졌다.

어렸을 적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꽃이요, 풀들이었다. 마당에 핀 꽃들은 엄마에게 물어 이름을 알 수 있었으나 들에 핀 꽃들은 이름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이름 없는 들꽃이려니 생각하고 나만의 꽃이름을 붙여준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에 알게 된 냉이꽃을 나는 작은발레리나꽃이라고 불렀다. 이른 봄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냉이꽃이 봄바람에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게 꼭 춤추는 무용수 같았기 때문이다.

또 자주달개비라고 알고 있는 꽃을 몰랐을 때는 부지런한 꽃이라고 붙여준 기억이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꽃을 보면 이미 피어있어서 언제 피는지 알 수 없어 새벽 3시에 깨어나서 살펴본 기억이 있다. 그랬더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으니 하나둘 꽃잎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오후 3시~4시면 쉬기 위해 꽃잎을 오무렸다. 개성 넘치는 특징을 가지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꽃들이 이름은 있었으나 풀꽃, 들꽃으로 묶여 불렸다니.....잠깐 미안해졌다.

안산둘레길 200미터까지 가는 길은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의 이야기로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그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보따리는 얼마나 많은 게 들어있을까 쉽게 짐작이 안 된다. 김진옥박사님의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열혈 청강생이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처럼 자세히 살펴보니 그 속에 너무 작은 세상이 펼쳐져 있어 예쁘고 한참을 들여다보니 사랑스러워졌다.

지금까지 나는 식물들이 인간과 대등한 존재로서 인식해 본 적이 없었는데 수업이 끝나갈 즈음에는 하나의 꽃과 내가 대등한 존재로서 마주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작은 꽃속에 종을 번식시키기 위한 놀라운 방법과 기능별로 서로 치열하게 협력하는 모습에서, 내가 한송이의 꽃을 이해하려면 자세히 알아보고 기억하고 다음 해에 또 만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되는데는 2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실로 김진옥박사님 강의력의 대단함을 느낀다.

아름다운 계절 5월에 김진옥박사님의 식물이야기로 5월 셋째 주 토요일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런데 아뿔사...
이젠 마당에 핀 씀바귀와 괭이밥을 (잡초라면서) 더 이상 뽑아낼 수도 없어졌고, 꽃송이를 한 잎씩 떼어내면서 그 속을 보고 싶은 동심도 샘솟다니.....

이런 훌륭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주신 최미정선생님과 류국산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선생님 너~~~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