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지나는 길에 서천 국립생태원을 잠시 들렀던 적이 있다. 생태원 전시관보다 놀이터에 커다란 바오밥나무가 있었던 기억만이 남았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그 바오밥나무, 바오밥나무라는 푯말을 보고 잠시 어린 왕자이야기가 떠올랐던 기억 한 조각만 남았던 국립생태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녀온 국립생태원은 특별함이 몇 가지 더해졌다.

특별함 하나- 행복을 부르는 날씨가 하나고르기 뮤지엄 트래킹＆토론 행사를 주관하다.

징검다리 연휴의 첫날이라 아침 일찍 서울을 나섰지만, 고속도로에서 정체가 심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도착 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일찍부터 지칠 수도 있었지만 파란 하늘이 주는 축복이 오늘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버스에서 내렸을 때 상쾌한 날씨와 살랑이는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일정을 위해 빛나 주는듯했다. 여행의 팔 할은 날씨라더니 정말 끝내주는 날씨가 꽉 막힌 도로 상황에서도 지루함을 기대감으로 바꿔주었다. 정말 절로 행복해질 수밖에 없는 날씨였다.
 
특별함 둘- 거북을 재발견하다.

  국립생태원의 전시관에서 단 하나의 대상을 정하고 관찰 시트를 작성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조금묵선생님의 해설을 들으면서 전시생물들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들로 쉽게 정할 수 없었다. 그러다 알다브라 육지거북을 보는 순간 고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붙박이가 되었다. 거북을 선택한 이유를 관찰 시트에 적기 위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솝우화에서 거북의 끈기와 성실함, 별주부전에서 자라의 지혜, 쿵푸팬더에서 우그웨이사부의 혜안 등등···. 내가 그동안 다양한 거북의 캐릭터에서 친숙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1시간 동안 알다브라 육지거북의 움직임과 생김새를 관찰하였다. 관찰 시트에 그리고 적고 생각하면서 호기심과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그러다 씨큐리움에서 바다거북을 보는 순간 육지거북과의 극명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었다. 발의 생김새가 마치 다른 종처럼 달랐고, 등딱지의 높이와 모양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하나고르기프로그램을 꾸준히 해온 아이들이 관심 분야의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지질학에 관심을 갖고 화학을 전공하고 싶고 양자역학을 더 연구하고 싶어 하는 인재가 되어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특별함 셋-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좋다.

  3년 동안의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렇게 많은 인원과 함께 버스를 타고 하루 일정을 같이 보내는 게 오랜만이었다. 3년을 못했을 뿐인데 낯선 느낌이었다. 그런데 과학관과 문화를 통해 같은 버스에 오르는 여러 팀이 서로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나누고 친숙하게 이야기를 한다. 돌아오면서 팀 발표를 할 때, 발표하는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큰 박수로 격려해주는 활기찬 모습에서 만족도 별점 5를 느낄 수 있었다.
과학관과문화가 주관하는 행사는 대부분 그렇다. 서로를 격려해주는데 아낌이 없고 인사를 나눔에 있어 자연스럽다.
언제나 너그러운 미소와 해박한 지식으로 썰을 풀어내시는 권기균 박사님, 작은 칭찬거리도 놓치지 않고 폭풍 칭찬을 해주시는 칭찬제조기 최미정 선생님, 사소한 것도 프로그램과 연결 지어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생각하시는 류국산선생님.
많은 인원을 이끌면서 하루 일정을 성공시키는 건 치밀하게 계획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세 분의 노력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리라.

6월도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꽉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