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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고르기’의 마법에 빠져보자 - [과학의 달 특별기획] 과학관 10배 즐기기 (1)
2015. 4. 3. 사이언스 타임즈 권기균 박사 기고
 
과학관과 문화   기사입력  2016/03/08 [15:59]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그래서 각 학교들마다 4월이 되면, 여러 가지 과학 관련 행사들을 개최한다. 과학자 초청 특강이나, 과학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 물 로켓 경진대회 등 행사의 내용들도 다양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과학관 방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제법 과학관들이 많이 생겼다. 과학관에서는 과학사진전, 로봇조립, 모형항공기 대회 등 특별 이벤트도 열린다. 과학적 원리나 현상들을 직접 경험해보는 체험부스들도 다양하게 설치되었다. 이래저래 과학관을 방문할 기회도 많아졌고, 과학관의 볼거리도 많아졌다.
 게다가 금년부터는 자율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들이 70%나 된다. 한 학기 동안 시험 걱정 없이 과학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을 방문하여 탐구하며 즐길 여건이 좋아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과학관을 방문하면,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날마다 하는 양치질에도 요령이 있듯이 과학관을 관람하는 데에도 방법이 있다. 그래서 몇 가지 과학관을 관람하는 요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고르기' 관찰을 하는 모습
‘하나고르기’ 관찰을 하는 모습 ⓒ ScienceTimes
과학관은 ‘어쩌다 한번 가는 곳’이 아니라 ‘수시로 가는 곳’
 과학관에 오는 관람객들 중에서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다. 주로 젊은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다. 그런데 어떤 가족들을 보면, 아이보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더 바쁘다. 이것도 보여주고, 저것도 보여주고,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피곤해하는 아이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며 설명해주기 바쁘다. 그러나 아이는 잠시 보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것에만 계속 붙어 있고 싶어 한다. 어떤 엄마는 그러는 아이를 야단까지 친다. 이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생각을 달리 해보자. 첫째, 어린이의 심리상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대개 초등학생 이하 아이들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대략 40분이다. 그래서 초등학교 수업시간은 40분, 중학교 45분, 고등학교 50분이다. 집중력이 좋은 고등학생도 대개는 2시간이 한계다. 그런데 이런 아이의 심리상태를 무시하고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려고 한다.
 두 번째는 박물관이나 과학관이 그저 한 번 가보면 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박물관·과학관은 어쩌다 한 번 가는 곳이 아니라 자주 들르는 곳이다. 학교에서도 자주 가고, 주말이면 놀이터처럼 수시로 간다. 이번에는 공룡을 보고, 다음에는 포유동물을 보러 온다. 그러니 여유가 있다. 그래서 되도록 연간회원권을 끊거나,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특징은, 상당수가 체험코너에서 체험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체험부스에 참여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인기 있는 코너는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리는 줄이 길다. 그래서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막상 과학관 관람은 후순위로 밀려 버린다. 결국 과학관의 전시는 보는 둥 마는 둥 체험활동 후에 밥만 먹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되면 뭔가 허전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나고르기 후 메모 ⓒ 신종혁
하나고르기 후 메모 ⓒ 신종혁
 이런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과학관 전시를 제대로 즐기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것은 체험부스에서 체험활동으로 알게 된 과학의 원리를 한 줄로 정리하고, 그것과 관련이 있는 과학관의 전시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족들이 함께 찾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체험부스에서 배운 것을 확실히 알게 되고, 호기심도 계속 유지할 수가 있어 매우 유익하다. 이 때 함께 간 가족들의 숫자만큼 관련 전시물을 찾아본다면 ‘보물찾기’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과제도 할 겸 몇몇 친구들과 함께 오거나,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오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활동지를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서 활동지에 적어 넣는다. 일종의 ‘문제풀이’ 내지는 전시해설을 ‘옮겨 적기’가 대부분이다. 이 방법도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냥 쑥쑥 훑어보고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로 구경만 하다가 간다. 심지어 관찰을 위한 노트나 메모장도 없이 오는 학생들도 있다. 이것은 좀 문제가 있다. 물론 모처럼 과학관에 왔으니, 이것저것 골고루 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다 보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골라서 그 전시물 앞에 멈춰 보자. 단 5분만이라도 좋다. 스스로 발견하거나 찾아낸 것이 있으면, 그것을 노트에 적는다. 그런 후에 전시 해설 패널을 읽는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훨씬 더 즐겁게 과학관을 즐길 수 있다.
‘하나 고르기’ 후 토론하는 어린이들 ⓒ ScienceTimes
‘하나 고르기’ 후 토론하는 어린이들 ⓒ ScienceTimes
‘하나를 꿰뚫어 다른 것을 안다’
 보다 적극적인 과학관 관람법이 있다. ‘하나 고르기’다. ‘하나 고르기’란 박물관이나 과학관에서 전시실 하나를 정해 30~40분 쭈-욱 둘러본 후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을 골라 그것을 그리거나 글로 적어보는 것이다. 이때 매우 중요한 규칙이 있다. 절대 두 개는 안 되고, 꼭 하나만 골라야한다는 것이다. ‘하나 고르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하나 고르기’를 하는 순간, ‘하나 고르기’의 마법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경우 여러 전시물 중 마음에 드는 것이 몇 개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하나 고르기’를 하려면, 관람객은 ‘관찰’이라는 것을 시작한다. 이것은 그냥 보는 것과는 다르다. 전시물들을 비교하고, 결국 하나로 의사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것을 버리고 그 하나를 선택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두 번째는 그것을 그리거나 쓰는 것의 위력이다. 30분 정도 그 하나만을 관찰해본다. 이때 자기가 왜 그것을 골랐는지 그 이유도 적어본다. 그리고 관찰 결과 내가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설명을 읽고 내게 생긴 의문은 무엇인가? 이 세 가지를 꼭 메모한다. 관람 후에는 토론시간에 이것들을 발표한다. 그러면서 지식이 명확해진다.
 뿐만 아니다. 하나를 확실히 알고 나면, 다른 것들도 이어서 알게 된다. 이것을 일이관지(一以貫之)라고 한다. ‘하나를 꿰뚫어 다른 것을 안다’는 뜻이다. 이것은 과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천재 조각가 로댕은 이런 말을 했다. “한 가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어떤 것이라도 이해한다. 만물에는 똑같은 법칙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달 4월, 이제부터 과학관, 박물관을 갈 때 새롭고 흥미진진한 감상법으로 ‘하나 고르기’를 꼭 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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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3/08 [15:59]   ⓒ 과학관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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