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독일의 겨울
여섯 번째 독일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방인으로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은 그곳이 어디든 힘든 일이다. 독일이 유럽의 경제 강국으로 깨끗하고 안전하며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독일 생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정서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두번 째로 두고, 나는이곳에서 기나긴 겨울을 건강하게 버텨내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생각한다. 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독일의 겨울은 넓게 잡아 10월경 부터시작해 이듬해 4월 부활절 즈음 완전히 마무리 된다.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까지는 갖가지 축제가 있어 반짝반짝 없는 기운을 살려 즐겁게 지내지만, 1월과 2월은 지독히 적막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낸다. 지금이 그렇다.
8시간의 낮과 16시간의 밤
독일은 북위 47~55도에 있다. 내가 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위도 50도에 있으니, 위도 37도인서울에 비해 상당히 고위도에 위치해 있다. 겨울이 되면 일출 시각이 대략 아침 8시경, 일몰 시각은 오후 4시 반경이다. 8시간 정도의 낮을 보내고 두 배의 시간을 밤으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연강수량은 600~800mm 정도이지만 장마철이나 집중호우없이 일 년 동안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그래서 우산없이 비를 맞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비가 없는 날이더라도 하늘 가득 구름이 채우고 있으니 햇볕 보기는 여전히 힘든 일상이 되어있다.
▲ Wikimedia.org (Germany-SouthKorea relation) ©과학관과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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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보온 물주머니가 유명해진 이유
계절의 특성을 살펴보면, 독일도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은 있지만 전혀 다른 기후적 특성을 보인다. 여름엔 고온건조하고 겨울엔 저온다습하다. 여름철 따갑고 강렬한 태양을 피해 그늘을 찾아 들어가면 선선한 바람을 만날 수 있다. 땀을 식히기에 충분하다. 독일 가정집에 에어컨이 없는 이유가 비싼 전기세 문제도 있겠지만 이런 날씨의 이점도 크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독일의 여름 날씨가 많이 습해지면서 에어컨없이 여름나기가 힘들다. 겨울 기온은 평균 0도 정도로 온화한 편이지만 습도가 80% 정도 된다. 이 수증기는 대기 속에서 찬공기를 만나 안개를 자주 만들어낸다. 하루종일 안개 속에서 사는 날도 비일비재하다. 공기중 수분은 냉기 전달에 유리하기 때문에 서울보다 높은 기온의 겨울이지만‘ 뼛속까지 시리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독일산 보온 물주머니가 유명해진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따뜻한 물을 넣은 물주머니를 침대 이불 속에 넣어두면 아침까지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한 겨울이 되면 비타민D를 복용하고, 초를 켜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우울한 기분을 이겨낸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더욱 들뜨게 만드는 축제의 시간이 된다.
칸트, 니체, 괴테의 겨울밤
안개 자욱하고 긴 독일의 겨울밤을 몇 해 보내다 보면, 칸트, 헤겔, 엥겔스, 니체, 막스베버, 대문호 괴테까지독일이 유명한 철학자와 문학자를 많이 배출하게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된다. 평생 같은 시간 산책한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의 산책 시간이 3시 30분인 이유도 겨울철 해지기 전 산책을 끝내기 위함이 틀림없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알다
이제 겨울도 끝자락에 와있다. 봄이되면 꽃들이 지천에 필 것이고, 꽃가루는 눈처럼 주위에 떠 다닐 것이다. 봄을 애타게 기다린 사람들은 앞다투어 테라스 자리에 앉아 소중한 햇볕을 쬐며 행복해 할 것이다. 계절에 순응 하며 고마움을 아는 독일 사람들의 모습은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되어있다. <끝> 기사작성 김진희 객원기자, 사진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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